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내 앱들
편의점 1+1 행사 앱 이전에도 저한테는 앱이 있었어요. 정확히는 '있었던 것들'이 꽤 됩니다. 지금 로컬 폴더 열어보면 이름도 기억 안 나는 프로젝트들이 날짜 순으로 쌓여 있고, 마지막 커밋은 전부 "조금만 더 다듬고 올려야지" 언저리에서 멈춰 있어요.
비공개 드래프트의 무덤
그 앱들한테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. 단 한 명한테도 링크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.
이유는 매번 비슷했어요. “온보딩이 아직 어색해서”, “모바일에서 버튼이 살짝 밀려서”, “로딩이 0.3초 더 걸려서”. 지금 생각하면 다 �核심 기능이랑 1도 상관없는 이유들인데, 당시엔 그게 출시를 막는 진짜 이유처럼 느껴졌거든요.
완성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, 보여주기 싫은 불안을 다듬고 있었던 거예요.
혼자 쓰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겨요. 내가 만든 화면을 매일 보니까 뭐가 어색한지 감이 사라지고, 동시에 ‘이 정도면 이상하다’는 기준만 점점 올라가요. 피드백이 없으니 내 머릿속 가장 까다로운 유저가 심사위원이 되는 거죠. 그 심사위원은 절대 통과 도장을 안 찍어줘요.
지친 건 개발이 아니었어요
어느 순간부터 앱을 켜는 게 귀찮아졌어요. 기능을 더 추가하고 싶은 게 아니라, 뭔가를 고쳐야 한다는 감각이 항상 앱에 붙어 있으니까요. 결국 폴더를 닫고 새 프로젝트를 열었어요. 새 거는 아직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았으니까.
이걸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패턴이 보였어요.
저는 제품을 완성시키는 게 아니라 완성 직전 상태를 계속 갱신하고 있었어요.
편의점 1+1 행사 앱을 만들 때 다르게 해보기로 했어요. 핵심 기능 하나만 돌아가면 지인 세 명한테 보내자. 온보딩 없어도, 빈 화면이 있어도. 그렇게 정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어요.
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어요. “이 버튼이 뭔지 모르겠어”라는 말 한 마디가, 혼자 3주 동안 UI를 매만지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어디가 문제인지 알려줬어요.
죽은 앱들이 가르쳐준 것
비공개로만 굴리면 동기도 같이 비공개가 돼요. 누가 쓰는지 모르고, 누가 좋아하는지도 모르면 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만드는지도 흐릿해지거든요.
피드백은 제품을 고치는 게 아니라 만들 이유를 다시 붙여주는 역할도 해요.
지금 폴더에 비공개로 잠들어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, 완성도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꽤 높아요. 저도 그랬으니까. 버튼 하나 덜 예쁜 게 문제가 아니라, 보여주는 행위 자체를 미루고 있는 거예요.
비공개 드래프트는 완성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출시를 회피하는 상태였어요.